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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소설 ? 독도모의재판 (2014. 1. 24.)
작성자
()
등록일
2014-06-11
조회수
47
파일첨부

강정민 변호사

 

1

“의원님, 의원님께서는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것을 확신하십니까?”

“그럼요. 확신하죠.”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확신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김명찬 변호사의 느닷없는 질문에 의원이 김 변호사를 바라본다. 의원이 대답을 하지 않자 김 변호사가 질문 내용을 약간 바꿔 다시 물어본다.

“의원님의 확신은 감정에 기초한 것입니까? 아니면 이성에 기초한 것입니까?”

의원이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생각에 빠진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김 변호사가 잠시 후 입을 연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으레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광태씨의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를 수십 년간 들어 왔고 정부 또한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고 강변해 왔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독도가 왜 우리 땅이어야 하는지 그 이유는 잘 모릅니다. 하나만 더 여쭈어 보겠습니다. 독도를 놓고 일본과 재판을 하게 된다면 이길 수 있을까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재판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까?”

“예.”

“글쎄요.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법재판소 운영비를 상당 부분 부담해 왔고 재판관도 여러 명 배출했습니다. 지금도 마사꼬 왕세자비의 아버지인 오와다 히사시가 재판관으로 있고 재판소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국제재판도 힘의 논리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런 힘의 논리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법적 논리와 증거만 가지고 판단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김 변호사의 질문에 의원이 다시 생각에 빠진다. 뭐라고 대답할지 궁리하는 듯하다.

의원이 만난 대부분의 독도 전문가들은 재판에 회의적이었다. 일본이 국제법에 관해 대한민국보다 앞서고 있고 많은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불리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국제사법재판소 재판은 대한민국이 응하지 않는 한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응하지 않으면 그뿐이라고 했다.

‘이 질문을 그들에게 해 볼 걸, 미처 생각을 못했네…’

김 변호사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만일 논리와 증거만으로 따져 보았더니 독도가 일본 땅으로 판명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친구 이거 왜 이렇게 질문이 많은 거야? 그냥 이야기를 할 것이지. 뭘 어쩌긴 어째. 그냥 뭉개고 있어야지. 그렇다고 독도를 일본에 돌려 주나?’

의원이 대답을 하지 않자 김 변호사가 내용을 바꿔본다.

“독도가 일본 땅으로 판명된다면 돌려 줘야 하지 않을까요?”

“글쎄요. 당위적으로는 그래야 하겠지만… 독도를 돌려준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국민들 정서도 있는데…”

“일본은 어떨까요? 그들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을까요?”

“글쎄요. 일본은 밑질 것이 없잖아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독도를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아쉬울 게 뭐가 있습니까?”

의원의 말에 김 변호사가 정색하더니 자세를 바로 잡는다. 그런 김 변호사를 본 의원이 내심 긴장한다.

‘내가 말을 잘못했나. 이 친구 갑자기 왜 이래.’

“한국은 독도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주장에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독도가 정말 한국 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독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놓고 개발은커녕 제대로 이용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독도 12해리 밖은 중간수역에 들어가 있어 일본과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고 일본 경비정이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해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의원이 김 변호사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다.

“일본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어 간 상태입니다. 1952년 1월 18일 이승만 대통령은 독도와 오키섬 사이에 평화선을 그어 독도가 한국 영토라고 선언하고 일본 선박의 접근을 금지시켰습니다. 일본은 즉각 반발했고 일본의 거센 반발에 1965년 제1차 한일어업협정, 1999년 제2차 한일어업협정 모두 독도 인근해역을 한국과 일본이 공동 이용하는 것으로 양보해 버렸습니다. 한일수교 당시 배상금 협상을 할 때에도 일본은 독도문제를 들고 나왔고 당초 10억불이었던 것이 6억불로 깎여 버렸습니다. 이후 한국은 일본 눈치를 보느라 독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일체 개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의 방공식별구역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라도와 홍도 상공을 방공식별구역에 넣고 싶어도 일본이 독도를 걸고넘어질까 봐 확대선포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해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심지어 대한민국이 자꾸 이런 식으로 물러서니까 ‘그래 그렇다면 정말 독도를 먹어버려’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고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망상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자꾸 어떤 생각을 하다 보면 정말 그렇다고 믿게 되는 것이 인간의 심리잖아요. 이제는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2

김명찬 변호사는 여야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고 드디어 독도모의재판안이 만들어졌다. 일본이 독도재판을 주장하고 있는 판에 국가 차원에서 모의재판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있으므로 민간 차원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변호사회가 일본변호사회에 모의재판을 제안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이 응하면 한일 간에 본격적으로 독도영유권에 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고, 만일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대한변호사회에서 자체적으로 한일 양측으로 나누어 모의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만일 일본이 응하지 않을 경우 대한민국 입장에서 여러 가지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고려되었다.

모의재판을 하자는데 왜 못하느냐?

국제사법재판소는 되고 모의재판은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 국제사법재판소가 일본 편이기 때문이냐?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국제사법재판소로 가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3

“그런데 재판부는 어떻게 구성합니까?”

“명색이 모의재판이니까 재판부는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반드시 판결을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판결을 전제로 하면 양국 모두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양국에서 두세 명 정도씩 재판관을 추천해서 합의재판부를 만듭니다. 합의재판부는 판결을 내리지는 않고 재판만 진행합니다. 양측이 합리적으로 모의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합의하에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지요.”

“판결이 없다면 모의재판의 의미가 반감되는 것 아닙니까? 세미나 수준에 불과한 것 아닌가요?”

“세미나와 모의재판은 임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 자체가 다릅니다. 세미나는 의견 교환수준에 그치지만 재판은 총력전으로 가능한 모든 논리와 증거가 제출됩니다.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고 하여 정말 판결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모의재판에 참석한 사람들과 이를 지켜본 사람들 모두 각자 마음의 판결을 스스로 내리게 됩니다. 그러한 각자의 판결이 독도영유권에 대한 한일 간의 향후 입장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모의재판에는 양국의 국제법 학자들과 역사학자들도 참석하게 될 것입니다. 양국의 대표적인 지식인들이 마음의 판결을 내리게 된다면 분명 정책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모의재판을 굳이 한 번만 할 필요도 없겠네요? 한 번만 할 것이 아니라 여러 번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서로의 논리를 차츰 보강하여 두 번 세 번 붙어 보는 겁니다.”

“그렇지요. 그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독도분쟁은 종식될 수 있을 것이고 한일관계도 조금은 수월해질 것입니다.”

 

4

독도모의재판의 명분은 점점 커져갔다. 대륙 간 경쟁이라는 세계적 경쟁질서 속에서 한중일 삼국이 청산되지 않은 과거문제로 상호 불신하고 갈등하는 것은 동북아시아의 공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는 센카쿠 열도에 대한 모의재판이 추진되었고,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서는 쿠릴열도 4개 섬을 둘러싼 모의재판이 추진되었다. 남중국해상의 남사군도, 서사군도 등을 둘러싼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도 모의재판이 추진되었다.

한때 제2의 발칸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평화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였다.